실상사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실린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지리산 둘레길 2코스를 걷고 난 후의 허기짐은, 그 어떤 미식가의 입맛보다 예민하게 맛있는 밥집을 찾게 만들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달오름마을 적선지가의 밥’. 이름에서부터 정갈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지리산의 품 안에서 자란 건강한 밥상을 선사한다고 했다.
하얀 외벽에 소박한 간판이 걸린 식당의 모습이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왔다. 드넓은 주차장 한 켠에는 이미 여러 대의 차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주차되어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식당은 자연과 하나 된 듯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무의 질감이 살아있는 테이블과 따스한 조명이 아늑하게 나를 맞이했다. 은은하게 풍기는 나물 향기는 갓 지은 밥 냄새와 어우러져 기분 좋은 포만감을 예감하게 했다. 평일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한 테이블이 남아있어 기다림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지리산 나물밥 차림’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물밥(떡갈비 포함)과 흑돼지 매운 갈비찜. 고민할 것도 없이, 이 집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나물밥과 갈비찜을 주문했다. 특히 나물밥은 예약해야 빨리 맛볼 수 있다고 하니, 방문 전 예약은 필수인 듯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놋그릇에 담긴 나물밥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 위에는 지리산에서 채취한 다양한 나물들이 알록달록 색색으로 놓여 있었다. 취나물, 고사리, 비름 등 이름 모를 산나물들이 밥알 사이사이에 숨어 향긋한 내음을 뽐냈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했다. 우엉조림, 시래기나물, 김치 등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놋그릇에 담겨 나왔다. 특히 김장아찌는 이 집만의 특별한 별미라고 한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1년 전부터 준비한다는 귀한 약초로 지은 밥이라니, 그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물밥을 한 숟갈 크게 떠 입 안으로 가져갔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나물들의 향긋함과 쌉쌀함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밥알은 적당히 찰기가 있었고, 나물들은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콩나물, 무생채, 김 가루 등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마치 자연을 통째로 삼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물밥과 함께 나온 떡갈비는, 흔히 생각하는 떡갈비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잘게 다진 고기에 채소를 섞어 만든 떡갈비는 동그랑땡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한 입 베어 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과하게 밀도가 높지 않아 부드럽게 씹혔고, 누린내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떡갈비에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어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어서 흑돼지 매운 갈비찜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흑돼지 갈비와 감자, 떡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빨간 양념이 식욕을 자극했고, 매콤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갈비찜은 테이블에서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버너와 함께 제공되었다.
보글보글 끓는 갈비찜을 보니 저절로 침이 고였다. 국물을 한 숟갈 떠 맛보니, 생각보다 맵지 않았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달콤하면서도 칼칼한 양념은 흑돼지 갈비에 깊숙이 배어 있었다. 갈비는 뼈에서 쉽게 분리될 정도로 부드러웠고,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왔다.

함께 들어있던 감자와 떡도 별미였다. 특히 푹 익은 감자는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떡은 쫄깃쫄깃했고, 매콤한 양념과 잘 어울렸다. 밥에 갈비찜 양념을 살짝 비벼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해졌다. 건강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식당 한 켠에는 직접 담근 장류와 김부각, 고사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김부각을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 안에는 여전히 나물 향기가 맴돌았다.
적선지가의 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었다. 지리산의 자연을 담아낸 건강한 밥상, 그리고 정갈한 음식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곳이었다. 남원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들도 분명 이 곳의 건강한 밥상을 좋아하실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인 내외분은 손님에게 살가운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좋게 말하면 쿨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관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음식 맛 하나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 그리고 나물밥은 밥을 지을 때 나물을 넣고 만들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천은사 쪽으로 드라이브 코스를 잡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지리산의 정기를 듬뿍 담은 나물밥 한 상, 남원 여행에서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