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 보령 중앙시장의 따스한 집밥 인정식당에서 추억을 맛보다

새벽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나는 오래된 골목길을 걸었다. 목적지는 대천중앙시장 이면도로, 모텔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 안에 숨겨진 보령의 한 맛집, ‘인정식당’이었다. 낡은 벽돌 건물에 초록색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했다. 간판에는 ‘인정식당’이라는 상호와 함께 희미해진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담쟁이덩굴이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가 운치를 더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 낡은 나무 의자와 테이블은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함을 안겨주었다. 벽에는 오래된 달력과 빛바랜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벽시계는 멈추지 않고 째깍째깍 시간을 새기고 있었다. 천장에는 네 개의 형광등이 켜져 있었지만, 은은한 빛이 감돌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방에서는 희끗한 머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노부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할머니는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며 “어서 와요”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그 모습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따뜻함과 정이 느껴졌다.

따뜻한 분위기의 식당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 내부 모습.

메뉴는 단촐했다. 아욱국, 김치국, 미역국, 콩나물국, 이렇게 네 가지 국을 선택할 수 있는 백반이 전부였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아욱국을 주문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아욱국의 따뜻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잠시 후, 커다란 쟁반에 푸짐하게 담긴 백반이 내 앞에 놓였다.

쟁반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욱국을 중심으로 갓 지은 흰쌀밥, 김치, 콩나물, 파김치, 김, 그리고 금방 부쳐낸 듯 따뜻한 계란말이가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마치 할머니가 손수 차려준 듯한 푸근한 밥상이었다.

먼저 아욱국을 한 입 맛보았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아욱의 향긋함과 된장의 구수함이 어우러져,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맛을 되살리는 듯했다. 투박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맛이었다. 국물은 짜지 않고 간이 딱 맞아,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갔다. 예전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한 입 먹어보니 밥알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듯했다. 기름기가 반짝이는 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었다. 콩나물은 아삭아삭했고, 김치는 적당히 익어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갓 구운 계란말이는 따뜻하고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푸짐한 아욱국 백반 한 상
정갈하고 푸짐한 아욱국 백반 한 상.

반찬은 부족하면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한켠에 마련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내가 밥을 먹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더 필요한 건 없냐”며 살뜰히 챙겨주셨다. 마치 친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새벽부터 일터로 향하는 길에 들러 아침 식사를 하는 듯했다. 그들은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아욱국을 맛있게 드셨다. 그 모습에서 ‘인정식당’이 오랫동안 이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아욱국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워냈다. 배가 부르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할아버지는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요즘은 카드 결제가 당연한 시대지만, 이런 소박한 모습도 ‘인정식당’의 매력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9천 원을 지불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이 더 밝아 보이는 듯했다. ‘인정식당’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곳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집밥과 정겨운 분위기 덕분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맛보았던 따뜻한 밥 한 끼처럼, ‘인정식당’은 내 마음속에 푸근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쟁반 위에 놓인 다양한 반찬들
정갈하게 담긴 다양한 밑반찬들.

‘인정식당’은 새벽 4시부터 문을 열어 아침 일찍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든든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소중한 공간일 것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무다.

다음에 보령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나는 분명 ‘인정식당’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김치국이나 미역국을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분들의 따뜻한 미소와 정겨운 분위기는,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줄 것이다.

골목을 빠져나오며, 나는 다시 한번 ‘인정식당’ 간판을 올려다봤다. 낡고 허름했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집밥과 정이 가득한 곳. ‘인정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인정식당 외부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인정식당의 외관.

대천해수욕장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보령 중앙시장의 골목 깊숙한 곳에서 만난 ‘인정식당’은 잊을 수 없는 따뜻한 경험을 선사했다. 만약 당신이 화려한 맛집보다는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집밥을 맛보고 싶다면, ‘인정식당’을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당신도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차는 골목이 좁아 다소 어려울 수 있으니,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카드 결제는 불가능하며,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결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은, ‘인정식당’의 따뜻한 밥 한 끼와 정겨운 분위기 앞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래된 노포 식당인 만큼 시설이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히려 그러한 소박함이 ‘인정식당’만의 매력이다. 깨끗하고 깔끔한 식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정과 손맛이 담긴 밥 한 끼는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보다 값진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나는 ‘인정식당’에서 아욱국 백반을 먹으며,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맛보았다.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의 따스함이 그리울 때, ‘인정식당’은 나에게 잊지 못할 위로와 행복을 선사했다.

아욱국과 계란말이 클로즈업
따뜻한 아욱국과 갓 구운 계란말이.

이제 ‘인정식당’은 나만의 비밀 장소가 되었다. 앞으로도 종종 이곳을 찾아,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마다, 아욱국 한 그릇으로 마음을 달래고 싶다. 보령 지역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인정식당’에서 추억의 맛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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