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사우스링스에서의 라운딩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울 곳을 찾던 중, 우연히 눈에 띈 “흙이마당”이라는 식당. 흙벽돌로 지어진 외관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푸근함이 느껴지는 이름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렸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놓인 앤티크 가구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편안함을 더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LP판과 오래된 오디오는 마치 라이브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소리가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 주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버섯전골, 제육볶음, 육회비빔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버섯전골과 육회비빔밥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하나 둘씩 차려지기 시작했다.

무려 열 가지가 넘는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갓김치,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깻잎 장아찌,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오이소박이 등,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슴슴하게 무쳐낸 취나물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어온 곳임을 짐작하게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버섯전골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큼지막한 냄비 안에는 갖가지 버섯과 채소, 해산물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등 다양한 버섯들이 저마다의 향기를 뽐내고 있었고, 싱싱한 꽃게와 새우는 시원한 국물 맛을 예감하게 했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전골 냄비.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깊고 풍부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각종 버섯에서 우러나온 깊은 풍미와 해산물의 시원함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특히, 꽃게의 신선함이 남달랐다. 살이 꽉 찬 꽃게를 발라 먹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육회비빔밥 또한 일품이었다. 신선한 육회와 갖가지 채소들이 놋그릇에 담겨 나왔는데, 색감의 조화가 어찌나 예쁜지, 먹기 전부터 눈이 즐거웠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신선함! 육회의 쫄깃한 식감과 채소들의 아삭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밥맛 또한 훌륭했다. 윤기가 흐르는 쌀알은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졌고, 갓 지은 밥 특유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좋은 쌀을 사용하는 것이 분명했다. 버섯전골과 육회비빔밥,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들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따뜻한 차가 제공되었다. 은은한 향이 감도는 차를 마시며,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흙벽돌로 지어진 벽면은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함을 주었고,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는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를 마시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고, 식사는 어떠셨는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세심하게 물어봐 주셨다.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받아, 다음에도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식당 문을 나섰다. 흙이마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영암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고향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
몇몇 후기에서 음식 간이 세다는 평이 있어 걱정했는데, 전라도 음식 특유의 깊은 맛은 살아있으면서도, 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다만, 팥빙수를 주문했는데 과일이 없어 일반 팥빙수로 제공되었다는 후기를 보니, 주문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흙이마당은 식사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기에도 좋은 곳이다. 특히, 쌍화차는 진한 맛과 향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음에는 쌍화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화장실이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총평: 흙이마당은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정갈한 밑반찬과 푸짐한 버섯전골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영암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