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부터 이어진 인제, 남북면옥에서 맛보는 추억의 맛집 막국수

인제에 도착하자마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오래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남북면옥. 1955년부터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이야기에,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어떤 ‘경험’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식당 앞에 다다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현대적인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듯했다. 나무로 지어진 입구에는 따뜻한 노란빛 조명이 켜져 있었고, “OPEN”이라고 쓰인 네온사인이 정겹게 반겨주었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느낌.

남북면옥 외관
따뜻한 조명이 켜진 남북면옥의 정겨운 입구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의자식과 좌식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편안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벽에는 메뉴판과 함께, 이 집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한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메뉴판에는 순메밀 물/비빔 막국수, 감자전, 수육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메뉴들이 적혀 있었다. 가격 또한 부담스럽지 않아 더욱 마음에 들었다.

자리에 앉자 따뜻한 면수가 담긴 주전자가 나왔다. 놋으로 만들어진 듯한 주전자의 색깔이 참 곱다. 종이컵에 면수를 따라 한 모금 마시니, 은은한 메밀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차가운 몸이 사르르 녹는 듯한 기분. 메뉴를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동치미 막국수와 수육, 그리고 감자전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평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꽤 많았다. 혼자 와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어르신부터,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끊이지 않아 활기찬 느낌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뽀얀 빛깔의 수육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남북면옥 수육과 감자전
윤기가 흐르는 촉촉한 수육과 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전

젓가락으로 수육 한 점을 집어 새우젓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잡내 하나 없이 깔끔했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특히, 함께 나온 야채들이 신선해서 수육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수육을 맛보는 동안, 감자전도 나왔다. 큼지막한 크기의 감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튀기듯이 구워낸 듯한 바삭함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감자 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기름 향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인 동치미 막국수가 등장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는 소박한 비주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맑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메밀면이 담겨 있고, 그 위에는 김 가루와 오이, 깨가 뿌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동치미 국물과 잘 섞은 후, 크게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었다.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식감이 독특했고, 동치미 국물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MSG에 길들여진 입맛에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인위적인 단맛이나 자극적인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맛이었다. 마치 할머니가 직접 담가주신 동치미 국수를 먹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남북면옥 비빔막국수
신선한 야채와 김가루가 듬뿍 올려진 비빔 막국수

나는 원래 비빔국수를 선호하는 편이라, 동치미 막국수를 먹으면서도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비빔 막국수를 추가로 주문했다. 붉은 양념장이 듬뿍 올려진 비빔 막국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비빔 막국수를 맛보니, 역시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맵거나 짜지 않고,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장이 메밀면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함께 나온 김치가 정말 맛있었다. 적당히 익은 김치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막국수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정신없이 막국수를 먹고 있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옥수수 동동주를 한 잔 권하셨다. 톡 쏘는 탄산과 은은한 옥수수 향이 어우러진 동동주는, 막국수와 정말 잘 어울렸다. 시원하게 들이키니, 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정말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너무나 착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게다가 화장실까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남북면옥은 맛, 가격, 청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동네를 한 바퀴 산책했다. 인제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늘 맛보았던 막국수의 여운을 느꼈다.

남북면옥은 단순한 막국수집이 아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인제의 소중한 맛집이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맛은 아니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맛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인제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남북면옥에 들러 또 한 번 추억을 맛보고 싶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인제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남북면옥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되새겼다. 1955년부터 이어져 온 그 맛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남북면옥 주전자
따뜻한 메밀 면수가 담겨 나오는 놋 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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