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칠량의 숨겨진 보석, 청자식당에서 맛보는 특별한 바지락회 맛집 기행

강진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해안 도로를 따라 차창 밖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가, 어느새 푸른 논밭이 나타나기도 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싱싱한 바지락회로 입소문이 자자한 칠량면의 작은 식당, 청자식당이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과연 이런 곳에 맛집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쯤, 멀리서 정겨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오히려 신뢰감을 주었다. ‘청자식당’이라는 이름 옆에 작게 그려진 바지락 그림이 미소를 자아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작은 공간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쉴 새 없이 차려졌다. 10가지가 훌쩍 넘는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생선구이, 짭짤한 젓갈, 신선한 채소 무침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쑥다래국이었다. 4월, 봄의 기운을 가득 담은 쑥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다양한 밑반찬이 정갈하게 담겨 있는 모습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은 하나하나가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지락회무침이 등장했다. 커다란 접시 가득 담긴 바지락회무침은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양을 자랑했다. 윤기가 흐르는 뽀얀 바지락살과 얇게 썰린 애호박, 양파, 미나리가 붉은 양념에 버무려져 있었다. 참깨가 듬뿍 뿌려진 모습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바지락회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신선한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양념은 과하게 맵거나 시지 않고,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살짝 익힌 애호박과 양파의 아삭한 식감이 바지락회의 쫄깃함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 맛은 정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맛이었다.

사장님의 비법 양념은 도대체 뭘까? 애호박과 미나리, 양파, 청양고추, 다진 생강과 마늘, 식초, 초장… 이 모든 재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싱싱한 바지락은 해남과 완도 등 전라도 각지에서 공수해온다고 한다. 역시 좋은 재료에서 좋은 맛이 나오는 법이다.

접시 가득 담긴 바지락회무침
신선한 바지락과 채소, 그리고 비법 양념의 조화가 환상적인 바지락회무침.

큰 대접에 밥을 담고, 바지락회무침을 듬뿍 넣어 참기름을 살짝 두른 후 쓱쓱 비벼 먹으니, 그 맛은 더욱 깊어졌다. 매콤새콤한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듯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이미 숟가락으로 대접을 긁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나 역시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청자식당에서는 바지락회무침을 주문하면 큼지막한 대접을 내어준다. 여기에 갓 지은 따뜻한 밥과 바지락회무침을 듬뿍 넣고, 김가루와 참기름을 더해 비벼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숟가락으로 크게 한 입 떠서 입에 넣으면, 쫄깃한 바지락과 아삭한 채소, 매콤달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한다.

바지락회무침 비빔밥
바지락회무침에 밥을 비벼 먹으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식당 안은 끊임없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현지 주민들인 듯했지만, 간혹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모두들 바지락회무침의 맛에 푹 빠져,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자, 인상 좋으신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이해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입니다.”라고 답했다. 사장님은 “우리 식당 바지락회는 다른 곳과는 달라요. 신선한 재료와 정성으로 만드는 것이 비결이지요.”라며 웃으셨다.

청자식당은 김계자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으로, 현재는 아드님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사장님의 손맛과 아드님의 헌신이 더해져, 청자식당은 강진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메뉴판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메뉴는 단 두 가지, 백반과 바지락회였다. 바지락회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랐는데, 둘이서 먹기에는 작은 사이즈도 충분해 보였다.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청자식당 메뉴판
단출하지만 깊은 맛을 자랑하는 청자식당의 메뉴.

식당을 나서기 전, 화장실에 들렀는데, 시설이 다소 열악한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가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다.

청자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강진의 정과 맛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허름한 외관, 소박한 분위기,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돌아오는 길, 허준의 <동의보감>에 바지락이 “술독을 풀어서 술에 취한 것을 깨어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지락에 들어있는 베타인 성분이 간 손상을 예방하고 간세포 재생을 촉진시켜 준다고 하니, 해장에도 그만일 듯하다. 다음에는 꼭 술 한잔과 함께 바지락회를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 칠량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청자식당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필수 코스다. 싱싱한 바지락회와 푸짐한 밑반찬, 그리고 따뜻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곳이다. 다만,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청자식당 간판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청자식당 간판.

강진의 숨겨진 보석, 청자식당. 그곳에서 맛본 바지락회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 강진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번 들러 그 맛을 음미하고 싶다. 그때는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사장님과 담소도 나누고, 주변 풍경도 감상하며, 강진의 매력에 더욱 깊이 빠져보고 싶다.

쑥다래국
봄 향기를 가득 담은 쑥다래국은 시원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비벼진 바지락회무침
매콤새콤한 양념과 신선한 바지락, 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진 최고의 맛.
바지락회무침을 숟가락으로 뜬 모습
한 숟가락 가득 떠서 입안에 넣으면 행복이 밀려온다.
푸짐하게 차려진 바지락회무침 한상차림
푸짐한 바지락회무침 한상차림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바지락회무침과 밑반찬
바지락회무침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밑반찬들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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