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뭉근하게 끓고 있던 고추장찌개 냄새. 그 냄새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헤쳐 들어가면 따뜻한 밥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잊고 지냈던 그 향수를 자극하는 곳이 마산 석전동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도 정겨운 ‘대추나무집’. 19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에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경남은행 본점 근처, 좁다란 골목길 안쪽에 자리 잡은 대추나무집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부터가 왠지 모를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간판은 빛이 바래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에서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내공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의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은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함을 선사했다.
벽에 붙은 메뉴판은 단출했다. 짜글이와 김치두부찌개, 그리고 버섯전이 전부. 나는 망설임 없이 짜글이를 주문했다. 짜글이는 고추장찌개의 경상도 방언이라고 했던가. 어릴 적 먹던 그 맛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잠시 후,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넉넉한 양의 짜글이를 중심으로, 버섯전, 김치, 콩나물무침 등 집밥 스타일의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노릇하게 구워진 버섯전이었다. 얇게 부쳐진 버섯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보글보글 끓는 짜글이의 뚜껑을 열자, 매콤한 김치 향이 코를 자극했다. 큼지막하게 썰린 김치와 두부, 그리고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밥 도둑이 따로 없었다.

돼지고기는 비계 부위가 많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국물이 더욱 구수하고 진했다. 김치는 적당히 익어 시큼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했으며, 국물을 듬뿍 머금어 더욱 맛있었다.
밥 위에 짜글이를 듬뿍 올려 슥슥 비벼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정신없이 밥 한 그릇을 비우고, 국물에 밥을 말아 후루룩 마시니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버섯전은 짜글이와 환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버섯전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짜글이의 매콤함을 부드럽게 잡아주어, 번갈아 먹으니 질릴 틈이 없었다. 쌈 채소도 함께 제공되어, 짜글이와 밥을 함께 싸 먹으니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셨다. 마치 오랜 단골손님을 대하는 듯한 친근함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사장님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이런 따뜻한 배려 덕분에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대추나무집은 맛도 맛이지만, 푸짐한 양으로도 유명하다. 혼자 먹기에는 다소 많은 양이었지만, 남길 수가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마지막 한 숟갈까지 싹싹 비웠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한쪽에서 누룽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압력밥솥으로 직접 만든 수제 누룽지라고 했다. 짜글이를 먹으러 올 때마다 누룽지를 사 간다는 단골손님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누룽지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누룽지를 끓여 먹으니,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바삭한 식감도 좋았고,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도 훌륭했다. 특히 뜨거운 물에 불려 먹으니,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엄마에게도 사다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추나무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따뜻한 밥상을 떠올리게 하는 맛과 푸근한 분위기는 지친 일상에 위로를 선사했다. 마산 석전동 맛집 대추나무집.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맛집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