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방화역 사거리, 그 활기 넘치는 풍경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간판 하나가 있었다. 파란색 배경에 큼지막하게 적힌 “쭈꾸미”라는 글자. 왠지 모르게 이끌려, 나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 나의 미식 레이더가 향한 곳은 바로 이 동네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쭈꾸미 전문점이었다. 평소 쭈꾸미 마니아를 자처하는 나에게, 이곳은 묘한 설렘과 기대를 안겨주는 곳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열댓 개 남짓, 마치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한 노포 분위기가 정겨웠다. 테이블마다 놓인 일회용 비닐 식탁보가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졌다.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맛있는 냄새가 뒤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 한쪽에는 커다란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쭈꾸미, 부추삼겹살, 연포탕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부추쭈꾸미’였다. 쭈꾸미에 삼겹살을 추가하고, 꼼장어까지 섞어서 주문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지만, 오늘은 오롯이 쭈꾸미 본연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기본 찬들이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콩나물무침, 무생채, 쌈 채소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구성이었다. 특히 적무로 만든 무생채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부추쭈꾸미가 등장했다.

불판 위에 쭈꾸미를 깔고, 그 위에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부추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싱그러운 초록빛 부추 위로 깨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비주얼을 실제로 마주하니, 침샘이 폭발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쭈꾸미와 부추를 뒤적여주셨다.
“부추가 숨이 죽을 때쯤 드시면 됩니다.”
직원분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부추가 숨이 죽기만을 기다렸다. 서서히 익어가는 쭈꾸미와 부추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드디어, 인내의 시간이 끝나고 첫 입을 맛보는 순간. 야들야들한 쭈꾸미의 식감과 향긋한 부추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양념은 보기보다 맵지 않고 살짝 달달한 스타일이라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다. 텁텁한 느낌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랄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계속 끌리는 맛이었다. 쭈꾸미는 어찌나 야들야들한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질기거나 퍽퍽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신선한 쭈꾸미를 사용해서 그런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부추는 생으로 먹어도 좋고, 푹 익혀서 숨을 죽여 먹어도 맛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숨이 살짝 죽은 부추의 부드러운 식감을 더 선호했다. 쭈꾸미와 함께 쌈으로 싸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부추의 풍미가 쭈꾸미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 주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쭈꾸미를 먹다가, 비빔사리를 추가했다.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쫄깃한 면발은 그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쭈꾸미와 함께 먹으니 더욱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했다. 특히 면에 양념이 제대로 배어 있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쭈꾸미의 마무리는 역시 볶음밥! 남은 양념에 김치, 김 가루 등을 넣고 볶아주는 볶음밥은 그야말로 ‘필수 코스’였다. 볶음밥은 얇게 펴서 살짝 눌어붙게 만들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팁을 얻어, 그대로 실행했다. 역시, 살짝 눌어붙은 볶음밥은 꼬들꼬들한 식감과 함께 더욱 깊은 풍미를 선사했다. 김치의 아삭함과 김 가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숟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친절한 사장님과 직원분들이다. 테이블을 오가며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시고, 쭈꾸미를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어둑한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 배는 든든했고, 입안에는 여전히 쭈꾸미의 향긋한 여운이 감돌았다. 오늘 방문한 쭈꾸미집은, 맛은 물론이고 정겨운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물론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은, 차를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또한, 가게 내부가 다소 좁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라,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상쇄할 만큼, 맛과 서비스가 훌륭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추를 좋아하시는 부모님께서 분명 만족하실 것 같았다. 그땐 부추쭈꾸미에 삼겹살, 꼼장어까지 추가해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그리고 볶음밥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필수 주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라는 솔직한 평이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이 집은 분명,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동네 맛집’일 거라고. 특별한 날, 멀리 근사한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정겹고 편안한 동네 맛집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김포공항 근처에서 매콤한 쭈꾸미 맛집을 찾는다면, 혹은 신방화역 근처에서 맛있는 밥집을 찾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싱그러운 부추 향과 야들야들한 쭈꾸미의 환상적인 만남,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가게는 9호선 신방화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미리 전화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오늘도 맛있는 식사를 선물해 준 쭈꾸미집에 감사하며, 다음 방문을 기약해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새로운 메뉴를 맛보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