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점심시간. 왁자지껄한 소음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날, 문득 발걸음이 향한 곳은 대전의 작은 골목 안에 자리한 ‘어두리’라는 식당이었다. 깔끔하고 정갈한 외관은 마치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좁은 골목에 숨겨져 있지만, 이미 소문난 맛집임을 증명하듯 외부에 놓인 안내문들이 기대감을 높였다. 혼자 밥 먹기 좋은 곳일까, 1인분 주문은 가능할까 하는 약간의 설렘과 걱정을 안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에 마음이 놓였다. 식물과 원목을 사용한 인테리어에 하늘색 포인트가 더해져 시원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이런 분위기라면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카운터석이나 1인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적당했고, 은은한 조명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주문을 위해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오징어알고니찜’이 단연 눈에 띄었다. 리뷰들을 살펴보니 이 메뉴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듯했다. 맵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도 좋았다.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이라 칼칼한 음식을 망설일 때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내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맵찔이에게는 꽤 칼칼할 수도 있다는 말에, 일단 보통맛으로 주문했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다행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늘도 혼밥 성공이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채워졌다. 정갈하고 다채로운 밑반찬은 마치 한정식집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슴슴하면서도 아삭한 콩나물 무침, 매콤달콤하게 양념된 쪽파 무침, 그리고 갓김치까지. 하나하나 맛을 보니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갓김치는 젓갈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알싸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밑반찬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계란말이’였다. 모든 손님들이 추가 주문할 정도로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로 손꼽히는 계란말이는, 겉은 얇고 노릇하게 익었지만 속은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 짭짤한 간도 적당해서 밥반찬으로도, 또 메인 요리의 매콤함을 중화시키는 역할로도 제격이었다. 맵기를 조절해서 주문한 오징어알고니찜이 매워질 때쯤 계란말이를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움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오징어알고니찜이 등장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 냄비를 보니 군침이 절로 돌았다. 보기에도 푸짐했지만, 신선한 해산물과 아삭한 콩나물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냉동 식재료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알과 곤이는 마치 갓 잡은 것처럼 싱싱한 상태였다. 톡톡 터지는 알과 부드러운 곤이는 양념과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자랑했다.

이곳의 양념은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해산물의 신선한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맵기 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맵찔이’에게는 살짝 칼칼하게 느껴질 정도의 적당한 매콤함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밥을 부르는 맛이었다. 찜 양념에 콩나물과 밥을 더해 쓱쓱 비벼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김에 싸서 먹어도 별미였다. 넉넉한 양 덕분에 밥 한 공기로는 부족했다. 세 공기를 뚝딱 해치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처음에 밍밍하게 느껴졌던 미역국은 메인 요리와 함께 먹으니 오히려 훌륭한 밸런스를 맞춰주었다. 찜이 다소 맵게 느껴질 때, 차가운 미역국 한 숟갈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맵기와 짠맛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으로 간이 세지 않아 좋았다. 물론, 어떤 날은 김치가 조금 짜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리뷰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딱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1인분도 푸짐하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전혀 부족함 없이 배부르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남은 음식은 아깝지만 포장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양이 워낙 많아 남은 음식은 포장해서 밥과 고추장을 더해 볶아 먹으면 2끼니도 충분하다는 리뷰처럼, 충분히 넉넉한 양이었다.
사장님 또한 매우 친절하셨다. 밝은 목소리로 맞아주시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식도 맛있고 사장님도 친절하시다는 리뷰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는 주차 문제였다.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주변 노상 주차장을 찾거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둘째는 점심시간 마감 시간이 오후 2시 30분이라, 1시 30분 이전에 입장하는 것이 좋다는 점이었다. 늦게 방문하면 맛있는 음식을 맛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저녁 시간에는 술을 마시는 손님들로 인해 다소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날, 나는 ‘어두리’에서 제대로 된 혼밥 한 끼를 즐겼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었다. 혼자여도 괜찮은 곳, 오히려 혼자이기에 더욱 만족스러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개인적으로는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하던 곳에서 찜 메뉴가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변화한 듯한데, 현재의 오징어알고니찜은 정말 인정할 만한 맛이었다. 묵은지 고등어조림도 맛있다는 평이 있었으니 다음 방문 때는 다른 메뉴도 시도해봐야겠다.
별에 인색한 사람인데 이 집은 맛집 인정이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에게도, 가족 외식 장소를 찾는 이들에게도 ‘어두리’는 분명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골목길 속 보물 같은 이 식당을 조용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