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영천 시장은 활기로 가득했습니다. 북적이는 장날의 풍경 속에서 왠지 모를 허기를 느끼며, 오늘따라 유난히 따뜻한 국물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영천 시장 곰탕 골목에서 남다른 깊이를 자랑한다는 그곳을 떠올렸습니다. 원래 가려던 다른 국밥집이 문을 닫아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발걸음은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공영주차장 바로 옆이라 찾기 어렵지 않았고, 겉모습부터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곰탕집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놀랐습니다. 리모델링을 했는지, 내부 또한 쾌적하고 정갈했습니다. 테이블마다 정갈하게 차려진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곧이어 주문한 곰탕이 나왔습니다. 뽀얗고 맑은 국물 위로 파릇한 파가 송송 썰려 올라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푸짐하게 담긴 고깃덩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따뜻한 밥 한 공기를 국물에 살짝 말아 첫 술을 떴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진하고 깊은 국물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습니다. 누린내나 잡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푹 고아낸 뼈와 고기의 감칠맛만이 은은하게 감돌았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여낸 듯한 진한 풍미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얇게 썰려 나온 양곱창 또한 냄새 하나 없이 부드러웠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함께 나온 반찬들도 곰탕의 맛을 한층 돋우었습니다. 새콤달콤하게 잘 익은 깍두기와 아삭한 무 절임은 곰탕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 집의 깍두기는 정말 별미였습니다. 곰탕 국물과 함께 밥 위에 얹어 먹으니, 그 조화가 어찌나 훌륭하던지요.

이곳은 1959년부터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깊은 맛과 노하우가 담겨 있음을 한 그릇의 곰탕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곰탕뿐만 아니라 갈비탕, 심지어 대구탕까지 맛있다는 이야기에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가격 또한 곰탕치고는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곰탕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만족했습니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온몸이 든든해지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옛날 곰탕 맛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포장 및 택배 판매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5그릇에 15,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혹하여,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먹을 곰탕을 포장해왔습니다. 고민할 필요 없이 드셔보셔도 좋을 곰탕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경험이 완벽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가게 안에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국밥집 치고는 조금 늦게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특히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계셨던 직원분(혹은 사장님)의 불친절함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남편은 함께 왔다가 그런 불친절을 겪으니 입맛까지 없어진다며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맛은 분명 훌륭했지만,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 면에서는 조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한 응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곰탕 맛은 분명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변치 않는 깊은 맛으로 사람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 온 이 집의 내공은 존경스럽습니다. 다음에 영천 시장에 간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