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품은 굴 맛집, 봄볕 아래 밥상 같은 정겨운 풍경

아이고, 이놈의 세상살이가 워낙 팍팍하다 보니 마음 둘 곳 없는 날들이 허다하네요. 그럴 때마다 제가 찾는 곳이 있어요. 바로 입안 가득 바다 향 품은 싱싱한 굴과 고향 생각 절로 나게 하는 따뜻한 밥상이 있는, 섬진강과 남해 바다가 만나는 그곳 말이지요. 말로만 듣던, 아니 어쩌면 수십 년 전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소문에, 귀가 솔깃해져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왁자지껄한 소음보다는 잔잔한 온기가 먼저 저를 감싸더군요. 테이블마다 놓인 큼직한 놋그릇과 뚝배기, 그리고 갓 지은 밥 냄새가 어우러져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편안함이 밀려왔어요.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건 왜일까요. 아마도 이곳에서 나는 음식들이 오랜 시간 변치 않는 정성과 손맛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일 겁니다.

큼직한 놋그릇에 담긴 굴찜
갓 쪄낸 굴찜이 큼직한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모습.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이곳의 자랑은 단연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나는 귀한 강굴, 바로 ‘벚굴’이지요. 이름마저 고운 벚굴은 예사 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가 남달랐어요. 어른 손바닥을 훌쩍 넘기는 큼직한 사이즈에, 처음 보는 저는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답니다. “아이고, 이 맛 좀 봐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지요. 껍질을 살짝 벌리니, 마치 보물처럼 영롱한 속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껍질을 벗기는 손길이 능숙한 사장님의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듯 정성스럽게 굴을 다루시는 모습에서 음식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더군요.

손으로 굴 껍질을 따는 모습
능숙한 손놀림으로 굴 껍질을 따는 모습. 갓 잡은 듯 신선한 굴의 속살이 드러납니다.

저는 굴찜과 굴구이, 그리고 굴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벚굴을 맛보았어요. 먼저 찜으로 맛본 벚굴은 그 부드러움에 또 한 번 놀랐답니다. 입안에 넣자마자 스르륵 녹아내리는데,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한 바다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어요. 마치 갓 피어난 봄꽃처럼 싱그럽고 여린 맛이었지요. 짭짤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데, 어찌나 맛있는지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굴이 작아져 버렸답니다. 그래도 그 맛있는 여운은 오래도록 남더군요.

찜으로 조리된 벚굴
큼직한 벚굴이 찜으로 조리되어 푸짐하게 담겨 나왔습니다.

다음은 굴구이. 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벚굴은 짙은 바다의 향을 더욱 풍성하게 뿜어냈어요. 껍질을 까서 뜨거울 때 한 입 베어 물면,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쫄깃한 식감이 더해지죠. 이건 정말 맥주 한잔 생각이 절로 나는 맛이었습니다.

손에 굴 껍질을 들고 있는 모습
갓 구워낸 굴을 껍질째 들고 있는 모습.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군침을 돌게 합니다.

이곳의 또 다른 별미는 바로 ‘재첩회무침’이에요. 벚굴만큼이나 섬진강의 귀한 식재료인 재첩을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이 음식은, 굴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답니다. 오독오독 씹히는 재첩의 식감과 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져 정말 별미 중의 별미였어요. 한 숟갈 뜨면 잃어버렸던 입맛이 돌아오는 것 같았죠.

찜으로 조리되는 굴
큼직한 굴들이 찜기에 담겨 조리되고 있습니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벗굴죽’입니다. 밥알이 퍼지지 않고 살아있으면서도 부드럽게 퍼지는 죽 속에, 오독오독 씹히는 굴의 알갱이가 톡톡 터지는 재미가 있었어요.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어찌나 좋은지, 속이 다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아플 때 엄마가 끓여주시던 그 죽 같았어요.

조리된 굴의 모습
부드럽고 통통한 굴의 모습. 갓 조리되어 따끈하고 싱싱해 보입니다.

이곳의 묘미는 또 있었으니, 바로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다는 ‘매실동동주’입니다.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매실 향이 나는 동동주는, 굴의 비린 맛을 싹 잡아주고 오히려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톡 쏘는 탄산은 없었지만, 진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밥 한 숟가락 뜨고 동동주 한 잔 들이켜니, 정말 절로 흥이 나더군요.

물론, 모든 음식이 다 완벽하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요. 어떤 분들은 기본적인 밑반찬이 김치와 매실장아찌, 초장 정도인 것이 조금 아쉽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고추나 마늘, 쌈장 같은 것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점이 더 정겹게 느껴졌어요. 갓 잡은 싱싱한 굴 본연의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양념과 곁들임으로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치 시골 할머니가 “이거 먹어보렴, 제일 좋은 거란다.” 하시며 내주신 귀한 음식처럼 말이지요.

음식의 맛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지 않다고 느끼거나, 먹고 나서 속이 편하지 않았다는 경험을 하셨다고도 하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7만 원이라는 가격에 조금 놀라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저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오랜 시간 간직되어 온 추억과 정성을 맛보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벚꽃이 피기 전, 일 년에 단 한 번 맛볼 수 있는 제철 음식인 벚굴을 귀하게 여기고, 직접 채취해 오시는 사장님의 열정, 그리고 손수 담근 매실동동주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제게는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어요.

사장님의 친절함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전라도 분이셔서 그런지, 따뜻하고 정겨운 말투로 모든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시고, 굴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들려주셨답니다. 비린 맛이 전혀 없다는 점도 이곳의 큰 장점이었어요. 아마 사장님의 정성이 깃든 손맛 덕분이겠지요.

이곳은 마치 타임캡슐처럼, 옛날 우리네 정겨운 식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어요.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쳐 마음이 허해질 때, 이곳에 와서 굴 한 점, 밥 한 숟갈, 동동주 한 잔을 즐기면 세상 시름 다 잊고 고향 생각에 잠길 수 있답니다. 다음에 또 찾아와서, 엄마가 해주시던 그 손맛이 그리울 때, 이곳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꼭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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