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뭘 먹을까 고민하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동네 친구가 강력 추천한 횟집이었다. 부산에 오래 살면서도 정작 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지만, 아버지 단골집이라며 슬쩍 자랑스럽게 소개하던 친구의 이야기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평소 혼자 밥 먹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도 과연 이곳이 괜찮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한가’, ‘혼자 앉을 자리가 있나’ 같은 혼밥족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질문들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가게 문을 열었다.
오래된 듯 정감 가는 가게 분위기가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벽면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게 이곳만의 편안함과 특별함을 더하는 듯했다.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다행히 카운터석처럼 보이는 긴 테이블이 있어 혼자 온 나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3만원에 회와 탕’이라는 문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사실 혼자서 회를 먹으러 가면 1인분은 양이 적거나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은데, 이곳은 구성과 가격 면에서 이미 합격점을 줄 만했다. 친구 말로는 당일 배에 잡힌 활어로 회를 떠주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신뢰가 가고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다.
주문한 음식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대로 신선해 보이는 회와 먹음직스러운 탕이 나왔다. 탕에는 생각보다 훨씬 푸짐한 양의 생선 살이 들어있어 놀라웠다.

가장 먼저 손이 간 것은 역시 문어였다. 쫄깃한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친구 어머니께서 조금 짜다고 하셨는데, 내 입맛에는 간이 딱 맞았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 것이, 역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구나 싶었다.


회가 나왔을 때는 솔직히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두툼하게 썰어낸 점은 좋았지만, 한치가 살짝 얼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감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장어볶음이 그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장어볶음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씹을 때마다 고소한 장어의 풍미와 양념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실 이날은 추석 전날이라 많은 메뉴가 품절되어 아쉽게도 장어볶음과 매운탕, 문어만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마저도 음식의 맛으로 충분히 채워졌다.
매운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맛이었다. 얼큰하면서도 깊은 국물 맛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든든했다.
계산을 할 때, 그제서야 이곳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 3만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의 신선한 해산물과 푸짐한 양이라니. 가성비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서비스나 분위기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노포 특유의 정겨움이 오히려 좋았다. 혼자 와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넉넉하게 차려진 음식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혼밥 성공’을 외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혼자여도 괜찮아, 아니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던 부산에서의 특별한 식사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혼자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이곳을 찾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