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재 시인의 마을, 당진에서 만난 추억과 풍미의 깊은 여운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후, 문득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의 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떠난 길이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딘가 따뜻하고 정겨운 풍경과 맛을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달리다 문득 ‘최정재 시인의 마을’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이끌린 듯,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가을 잎으로 물든 나무와 한옥 지붕의 일부가 보이는 풍경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자연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오래된 한옥의 정취와 정갈하게 가꿔진 마당,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고즈넉한 시간. 이곳이 시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7080 통기타 음악은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듯했습니다.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하얀 접시에 담긴 먹음직스러운 닭고기 요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혀진 닭고기 요리가 군침을 돌게 합니다.

마치 외할머니 댁에 온 듯한 포근함과 정겨움이 가득한 공간. 이곳에서 시인이 직접 끓여주는 오리백숙을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기대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TV에도 소개될 만큼 이미 널리 알려진 메뉴라지만, 직접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순히 유명세를 쫓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 한결같이 지켜온 시인의 손맛과,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분위기를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놋그릇에 담긴 시원해 보이는 냉면, 계란 지단, 오이, 무절임 등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고명과 육수가 조화로운 냉면은 입맛을 돋우는 별미입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저는 이곳의 분위기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낡았지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가구들, 벽면을 장식한 시인의 작품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에는 7080년대의 추억을 소환하는 영상들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그 음악 소리는 마치 오랜 친구의 목소리처럼 편안하게 귓가를 감쌌습니다.

붉은색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커다란 냄비에 오리백숙이 끓고 있습니다. 듬뿍 담긴 파와 오리 살점이 먹음직스럽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리백숙은 뜨끈한 온기를 선사합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오리백숙이 등장했습니다. 커다란 놋그릇에 먹음직스럽게 담긴 오리백숙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푹 끓여져 부드럽게 살이 발라지는 오리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렸습니다. 함께 곁들여 나온 각종 채소와 국물은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하며, 오리의 누린내 없이 깔끔한 맛을 선사했습니다. 이곳 오리백숙은 단순히 보양식을 넘어, 정성과 세월이 담긴 한 그릇의 예술과도 같았습니다. 뽀얀 국물은 맑고 깊은 맛으로, 닭고기 한 점은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했습니다.

검은색 그릇에 담긴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백숙, 곁들임 반찬으로 보이는 작은 종지가 있습니다.
영양 만점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백숙은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제격입니다.

오리백숙과 함께 주문한 고기 냉면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습니다.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 그리고 푸짐하게 올라간 고명은 더위에 지친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습니다. 매콤달콤한 양념과 시원한 육수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이곳의 냉면은 단순한 면 요리를 넘어,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청량함 그 자체였습니다. 얇게 썰린 오이와 무절임, 그리고 삶은 계란이 고명으로 얹어져 식감과 맛의 밸런스를 더했습니다.

놋그릇에 담긴 비빔냉면, 빨간 양념장 위에 계란 반쪽과 채 썬 오이가 올려져 있습니다.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냉면은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합니다.

또한, 곁들여 나온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습니다. 특히 갓 담근 듯한 김치는 아삭한 식감과 개운한 맛으로 오리백숙의 풍미를 더욱 돋워주었습니다. 직접 재배한 듯한 신선한 나물 반찬들은 소박하지만 깊은 맛을 자랑하며, 시골 인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풍족하게 만드는 경험이었습니다. 시인의 따뜻한 마음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오랜 세월 변치 않은 깊은 맛.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도시를 떠나 진정한 쉼과 맛을 찾고 싶다면, ‘최정재 시인의 마을’을 강력 추천합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머물렀던 것처럼, 아련하지만 행복한 여운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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