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생각 절로 나는 정성 가득한 맛, 부산의 어느 보물 같은 완당 맛집 이야기

아이고, 오늘따라 왜 이리 허한가 싶어서 찬 바람 맞으며 길을 나섰지요. 집 근처는 늘 다니던 곳이라 뭔가 새로운 맛이 그리웠거든요. 그러다 문득, 예전에 지나치며 보기만 했던 간판 하나가 눈에 띄었어요. ‘두보완당’. 무슨 음식일까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왠지 모르게 ‘정성’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두보완당 가게 외관
정겨운 간판이 눈길을 끄는 두보완당의 겉모습입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와… 이게 무슨 향기인가요. 따뜻한 국물 냄새에, 갓 지은 밥 냄새 같기도 하고, 옛날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포근함이 확 밀려오는 거예요. 조명도 너무 밝지 않고 은은해서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테이블이며,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까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이랄까요.

식탁 위의 김밥과 유부초밥
깔끔한 접시에 담겨 나온 김밥과 유부초밥의 모습이에요.

메뉴판을 보는데, 뭘 시켜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처음이라니 ‘완당’을 맛봐야겠지요. 근데 세트 메뉴에 눈이 딱 가는 거예요. ‘완당면 + 미니 돈가스’. 가격도 11,000원이라니, 요즘 물가에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죠. ‘이거다!’ 싶어 바로 주문했어요. 가게 안이 복작복작 사람들로 붐비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꾸준히 들어오는 걸 보니 동네 분들에게도 꽤나 알려진 곳인가 봐요. 여름이라 시원하게 에어컨도 잘 나오고, 무엇보다 가게 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점이 참 좋더라고요.

완당면의 모습
투명한 육수 속에 뽀얀 완당면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주문한 완당면이 나왔어요. 아이고, 이게 바로 완당이구나! 그동안 듣기만 했지, 실물은 처음 봤거든요. 얇디얇은 이 껍질 속에 꽉 찬 속이 비칠 듯 말 듯, 어찌나 예쁘던지. 숟가락으로 한 숟갈 떠서 국물과 함께 입안에 쏙 넣었는데, 아니 글쎄… 이거 뭐, 입에서 그냥 사르르 녹아내리는 거예요.

완당과 건더기, 고명
완당과 함께 얇은 면, 숙주나물, 파 등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처음 맛보는 음식이라 그런지, 신기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느낌. 꼭 어릴 적 엄마가 끓여주시던 떡국 같기도 하고, 만둣국 같기도 한데, 훨씬 더 부드럽고 얇은 느낌이었어요. 쫀득쫀득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조금 심심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얘들은 씹을 새도 없이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는 통에, ‘아, 이거 벌써 다 먹었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얇고 가느다란 면도 쌀국수 면처럼 부드러워서, 치아나 잇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드시기에는 정말 딱이겠다 싶더라고요. 가게에 어르신 손님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거였나 싶었어요.

안내문
완당에 대한 설명을 담은 안내문입니다.

가게 벽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이 완당이 1948년부터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된 음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얇은 피 두께가 0.3mm라는데, 그 말이 딱 맞아요. 비법 재료로 만든 만두 소와 겉 싸는 피의 조화가 일품이라니, 괜히 그런 말이 나온 게 아니었나 봐요. 밥상 머리에 앉아 식탁 위의 안내문을 읽으니, 음식에 담긴 정성이 더욱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70년 전통의 맛 그대로, 부산의 명물 완당 전문점’. 이 문구가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돈가스 소스와 샐러드
바삭하게 튀겨낸 돈가스와 곁들여 먹을 소스, 샐러드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미니 돈가스! 갓 튀겨내서 그런지 튀김옷이 어찌나 바삭하던지요. 소스에 푹 찍어서 한 입 베어 물으니, ‘아이고, 이 맛이지!’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완벽한 조화였어요. 곁들여 나온 샐러드도 신선해서 느끼함도 잡아주고, 정말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답니다. 얇은 완당과 든든한 돈가스의 조합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는데 환상적이었어요.

사실, 음식이라는 게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잖아요. 어떤 분은 이 얇고 부드러운 완당이 너무 좋다고 하실 테고, 어떤 분은 좀 더 씹는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실 수도 있겠죠. 곁들여 나온 김밥은 사실 좀 평범했고, 유부초밥은 조금 말라 있어서 아쉬웠어요. 국물도 감칠맛이 확 도드라진다기보다는 맑고 담백한 편이었거든요. 그래도 이 완당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찾아올 이유는 충분하다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하셔서 마음이 편안했어요. 온누리 상품권도 사용 가능하다고 하니, 시장 주변에 오실 일이 있다면 꼭 들러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특히나 어르신이나 치아가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식사가 될 것 같아요. 다음에는 이 집의 모밀도 한번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곳에서 맛본 완당 한 그릇이,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처럼, 아니면 어릴 적 엄마 손맛처럼, 제 마음속 깊은 곳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느낌이었어요. 오랜만에 속이 다 편안해지는 식사를 한 것 같아 발걸음이 가벼웠답니다. 다음에 또 부산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이 완당집을 다시 찾을 것 같아요. 그 정겨운 맛과 따뜻한 정이 그리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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