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중, 익숙한 향토 음식의 물결에서 잠시 벗어나 색다른 미식 경험을 하고 싶어졌다.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곳을 찾아 헤매던 중, 평점과 리뷰를 보고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긴 곳. 제주도의 조용하고 한적한 도로변에 자리 잡은 이곳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치 나만의 비밀 정원에 온 듯한 편안함으로 나를 맞이했다.
식당은 두 개의 작은 건물로 나뉘어 있었는데, 내가 방문한 일요일 점심 무렵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더욱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 대신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따뜻한 조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층고가 높아 답답함 없이 시원한 느낌을 주었던 공간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제주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액자 속 그림 같았다. 다만, 본관 쪽은 주방이 가까이 있어 살짝 더운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쾌적한 분위기였다.
혼자 방문했기에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바로 ‘혼밥하기 좋은 곳인가’였다. 이탈리아 음식점은 종종 2인 이상 주문을 권하거나, 1인 메뉴가 제한적인 경우가 있어서 늘 망설여지곤 한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카운터석은 아니었지만, 간격이 넓은 테이블 배치와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았다. 10개월 아기와 함께 온 손님도 유모차에 앉혀 편안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아기 의자는 따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고 했지만, 유모차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도 충분히 방문할 만한 곳이었다.
친절하신 사장님 두 분이 요리와 서비스를 전담하고 계셨는데, 음식이 나올 때마다 메뉴에 대한 설명을 조근조근 덧붙여 주시는 세심함이 인상 깊었다. 마치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맛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감사했다.
먼저 에피타이저로 나온 식전 빵은 갓 구워져 나온 듯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함께 곁들여진 올리브 오일은 코끝을 톡 쏘는 매콤한 향이 느껴질 정도로 신선하고 좋은 품질임을 짐작하게 했다.

가장 기대했던 메뉴는 바로 파스타였다. 리뷰에서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던 ‘트러플 라구 파스타’를 주문했다. 기대했던 대로, 깊고 풍부한 소스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큼직하게 씹히는 고기 조각들은 퍽퍽함 없이 부드러웠고, 면발과 소스의 조화 또한 훌륭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껏 끓여낸 듯한 깊은 맛이었다.

함께 주문한 ‘치미츄리 소스를 곁들인 채끝 스테이크’는 리뷰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듯 했지만, 나는 만족스러웠다. 겉은 훌륭하게 익었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완벽한 굽기였다. 특히 치미츄리 소스가 스테이크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선한 허브 향과 약간의 산미가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깔끔한 맛을 선사했다. 곁들여 나온 매쉬포테이토와 구운 야채들도 간이 적절했고 맛깔스러웠다.

샐러드 역시 신선한 채소와 베이컨이 소스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애피타이저로 손색이 없었다.
이곳의 또 다른 추천 메뉴는 바로 ‘어니언 스프’였다. 6시간 저온으로 끓여냈다는 어니언 스프는 그 명성에 걸맞은 깊은 맛을 자랑했다. 달콤하면서도 진한 양파의 풍미와 짭짤한 치즈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추운 날씨에 방문했더라면 더욱 뜨겁고 포근하게 느껴졌을 맛이었다.

뇨끼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직접 만든다는 뇨끼는 프렌치 스타일로 겉이 살짝 바삭한 식감과 함께 속은 부드러웠다. 포르치니 버섯의 향이 진하게 느껴져 마치 숲속의 맛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다는 사장님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이탈리아 요리를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알리오 올리오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담백한 맛이 좋았다. 마늘 향이 아주 강하지는 않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감동은 ‘가지 그라탕’이었다. 토마토 소스가 자극적이지 않고 신선하며 건강한 맛이었다. 신선한 가지와 치즈가 어우러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였다.
이곳은 글라스 와인도 판매하고 있어서 혼자 와서도 부담 없이 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보틀 와인은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었지만, 좋은 품질의 와인들을 갖추고 있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곳은 제주 여행 중 향토 음식만 달리다가 지친 입맛을 산뜻하게 달래주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의 퀄리티와 재료의 신선함, 그리고 사장님의 친절함까지 더해져 이 가격에 이런 퀄리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제주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다른 메뉴들도 맛보기 위해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전혀 외롭지 않고, 오히려 더 여유롭게 나만을 위한 완벽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