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짚는 여정, 연신내 봉평 옹심이에서 찾은 인생 서울 맛집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그 맛이 그리워 다시 찾아간 곳이 있다. 몇 년 전, 우연히 들러 내 생애 최고의 옹심이라고 감탄했던 그 집. 서울 은평구, 불광역에서 멀지 않은 연서시장 안에 자리 잡은 작은 막국수 전문점, ‘봉평 옹심이 메밀칼국수’다.

어스름한 저녁,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활기가 느껴진다. 기름에 지글거리는 전 부치는 소리, 흥정하는 상인들의 목소리,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웃음소리. 마치 오래된 흑백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정겹다. 이 연서시장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옹심이 집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웨이팅이 있었다. 붉은색 간판에 흰 글씨로 큼지막하게 쓰인 ‘옹심이 메밀칼국수’라는 상호가 정겹다.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창밖으로 언뜻 보이는 풍경은 연령대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아, 이곳이 동네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진정한 맛집임을 짐작게 했다.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코를 찔렀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라 조금은 정신없는 분위기였지만, 오히려 이런 북적거림이 시장 인심처럼 푸근하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옹심이 메밀칼국수, 옹심이, 메밀칼국수, 명태회비빔막국수, 물막국수, 들기름막국수 등 다양했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 옹심이 메밀칼국수를 주문했다. 이곳의 메뉴판에는 ‘감자 옹심이’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데, 옹심이는 새알심처럼 감자를 갈아 새알처럼 빚어 만든 강원도 향토 음식이라고 한다. 식감이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따뜻한 메밀차와 함께 꽁보리밥과 열무김치, 무생채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소박한 꽁보리밥 위로, 젓갈 향이 살짝 감도는 듯한 붉은 비빔장을 듬뿍 뿌려 쓱쓱 비볐다. 매콤하면서도 짭짤한 비빔장과 톡톡 터지는 보리밥의 조화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아삭한 열무김치와 시원한 무생채는 신선함이 살아있어, 옹심이칼국수를 기다리는 동안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워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옹심이 메밀칼국수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김 가루와 애호박, 얇게 썰린 당근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진한 들기름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어찌나 향긋하고 고소한지,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따뜻한 옹심이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맛이었다.

메밀 면은 부드럽고 쫄깃했고, 감자 옹심이는 쫀득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옹심이 특유의 슴슴한 맛은 들기름 향과 어우러져 더욱 깊은 풍미를 자아냈다.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김치 한 조각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면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 집 옹심이 메밀칼국수는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아마도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해서 그런 건 아닐까.

정신없이 옹심이 메밀칼국수를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는 메밀전 을 시켜 막걸리와 함께 즐기고 있었다. 큼지막한 메밀전 위에 잘게 썰린 채소들이 흩뿌려져 있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지. 다음에는 꼭 메밀전을 시켜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느새 내 테이블에도 빈 그릇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들기름 향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입가에 맴돌았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연서시장을 빠져나와 은평문화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배는 불렀지만 마음은 더욱 풍족해진 기분이었다.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함께 맛본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봉평 옹심이 메밀칼국수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며칠 뒤, 나는 또다시 그 맛을 찾아 연서시장으로 향할 것 같다. 그때는 들기름 막국수와 메밀전도 꼭 맛봐야지. 연신내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의 인생 맛집이 될지도 모른다.

옹심이 메밀칼국수 가게 외부
늘 손님들로 북적이는 ‘봉평 옹심이 메밀칼국수’ 가게 전경
비빔밥
에피타이저로 제공되는 꽁보리 비빔밥. 고추장의 매콤함이 입맛을 돋운다.
옹심이 메밀칼국수
들기름 향이 가득한 옹심이 메밀칼국수.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반찬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 옹심이칼국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가게 내부
점심시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가게 내부.
메뉴판
옹심이에 대한 설명과 메뉴가 적힌 메뉴판
메밀전
다음 방문 때는 꼭 먹어봐야지 다짐한 메밀전
메뉴 안내
가게 유리창에 붙어 있는 메뉴 안내
가게 내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
메뉴판
벽에 걸린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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