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이다. 광화문에서 회사 다닐 때, 점심시간마다 전쟁이었던 그곳. 이직하고 잊고 지냈던 ‘농민백암순대’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 오늘 점심은 무조건 여기다! 칼바람을 뚫고 추억 속의 그 맛을 찾아 나섰다. 역시, 명불허전. 2시가 다 된 시간인데도 15분 정도 웨이팅이라니. 이 정도 기다림쯤이야, 설레는 맘으로 즐겨줘야지.
드디어 내 차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뜨끈한 국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래, 이 냄새였어! 예전 직장 동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테이블 간격은 여전히 좁았지만,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마저 정겹게 느껴진다.

자리에 앉자마자 순대국 ‘특’을 주문했다. 정식은 이미 마감됐다는 슬픈 소식… ㅠㅠ 하지만 괜찮다. 오늘은 뜨끈한 국물에 푸짐한 고기만 있어도 충분하니까. 주문과 동시에 빠르게 세팅되는 반찬들. 깍두기, 부추, 양파, 고추, 그리고 쌈장까지. 특히 깍두기는 딱 알맞게 익어서 보기만 해도 침샘 폭발!
드디어 순대국 등장!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예술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끈한 국물 위에 듬뿍 올라간 들깨가루와 고기, 파 송송 썰어넣은 비주얼은 진짜… 보자마자 ‘이거 완전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일단 국물부터 한 입. 캬…! 진하고 깊은 국물 맛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의 깊은 맛과 순대의 고소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살짝 강한 듯한 간은 오히려 중독성을 더한다.
숟가락을 휘저으니, 야들야들한 고기들이 쉴 새 없이 딸려 올라온다. 돼지 부속 부위도 다양하게 들어가 있어 쫄깃쫄깃 씹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특히, 이 집 순대는 생강 향이 은은하게 나는 게 특징인데, 돼지 특유의 잡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듯. 진짜 순대 레전드다.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테이블에 놓인 다진 고추를 듬뿍 넣어줬다. 매콤한 향이 확 올라오는 게, 침샘을 더욱 자극한다. 여기에 부추까지 투하!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향긋한 향이 국물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서,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니… 진짜 천상의 맛이다. 짭짤하면서도 시원한 깍두기가 뜨끈한 순대국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드러났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들이켰다. 아… 진짜 배부르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괜히 뿌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내 추억 속의 맛집은 배신하지 않는다. 6년 만에 다시 찾았지만,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에 감동했다.

참, 여기는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저녁에도 사람이 엄청 많다. 특히 수육은 늦게 가면 거의 마감된다고 하니, 서둘러 가는 게 좋다. 그리고 오픈 시간 전에 미리 가서 대기하는 걸 추천한다. 안 그러면 나처럼 웨이팅 지옥을 경험할 수도…
다음에는 꼭 저녁에 와서 수육에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 캬…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광화문에서 뜨끈하고 진한 순대국이 생각난다면, 무조건 농민백암순대다. 진짜 후회 안 할 맛이다.
아, 그리고 여기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역시 맛있는 건 다 알아본다니까. 서울역 근처라 날씨 좋은 날에는 슬슬 걸어와도 좋을 것 같다.

오늘도 농민백암순대 덕분에 든든하고 행복한 한 끼였다.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딱 맞는 곳이다. 앞으로도 종종 추억을 되새기러 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