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의 푸른 바다를 향해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돼지국밥집의 문전박대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주변을 둘러보던 중, 촌스러운 글씨체로 정겹게 쓰인 ‘남도보리밥’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겉모습은 소박한 동네 식당이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앵무새들의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형형색색의 깃털을 뽐내며 지저귀는 새들의 모습은 식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잠시 넋을 놓고 구경하다 보니, 마치 작은 동물원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살펴보니,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보리밥 정식’이었다. 8,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푸짐한 한 상을 즐길 수 있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는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반찬들로 가득 채워졌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빨갛게 양념된 꼬막무침이었다. 신선한 꼬막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니, 톡톡 터지는 꼬막의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맛을 돋우었다.

싱싱한 채소들이 알록달록하게 담겨 나온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콩나물, 무생채, 김 등 다양한 나물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구수한 향기를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다. 한 숟가락 떠먹어보니, 깊고 진한 된장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외할머니 댁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뜻밖의 수확은 간장게장이었다. 평소 즐겨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왠지 모르게 끌려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전혀 비리지 않고, 오히려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보리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큼지막한 대접에 담긴 보리밥 위에 갖가지 나물과 꼬막무침을 듬뿍 넣고, 고소한 참기름을 살짝 둘러 쓱쓱 비볐다. 빨간 양념과 알록달록한 나물들이 어우러진 비빔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안에 넣으니, 톡톡 터지는 보리밥의 식감과 신선한 나물의 향긋함, 그리고 꼬막무침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된장찌개 한 숟가락을 곁들이니, 그 맛은 더욱 깊어졌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게눈 감추듯 보리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왠지 모르게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맛있는 음식을 너무 빨리 먹어버린 아쉬움 때문이었다. 근처 마트에 들러 간단한 간식을 사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가게 안에는 앵무새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아기 침대처럼 생긴 큼지막한 새장 안에는 알록달록한 앵무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작은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새장 옆에는 작은 어항도 놓여 있었는데,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어느 손님이 “김치 좀 더 주세요”라고 말하자, 주인 아주머니는 “요즘 금치라 안되요”라며 농담을 건네셨다. 소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는 점은 아쉬웠지만,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거웠다.
식당 앞에는 ‘남도보리밥’이라고 쓰인 큼지막한 풍선 간판이 서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선 간판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가덕도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카페들이 많다. 식사를 마치고 바다 뷰 카페에 들러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식당 근처에는 연대봉이라는 작은 산도 있어,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당 내부에 새들이 있어 비위생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앵무새들이 가끔씩 시끄럽게 울어대는 탓에 조용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남도보리밥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착한 가격에 푸짐한 한 상을 즐길 수 있다는 점,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그리고 덤으로 즐길 수 있는 앵무새 구경까지, 남도보리밥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가덕도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가덕도 맛집이다. 다음에는 돼지불고기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