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수원 화성행궁 나들이에 나섰다. 쨍한 햇살 아래, 고즈넉한 풍경을 거닐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친구가 강력 추천한 수원의 노포, ‘동흥식당’이 떠올랐다. 1977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곳이라니, 그 세월만큼이나 깊은 맛이 있을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낡은 듯 정겨운 테이블과 의자, 빛바랜 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퇴근 시간이 되기 전인데도, 이미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냉삼겹을 구워 먹는 풍경이 어딘가 모르게 평화로워 보였다.

메뉴판을 보니 냉삼겹살 외에도 불백, 찌개류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하지만 친구의 강력 추천을 믿고 냉삼겹살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냉삼겹살이 은박지를 덮은 불판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 얇게 썰린 냉삼겹살은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비주얼이었다.

불판이 달궈지자 냉삼겹살을 올렸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얇은 냉삼겹살은 순식간에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어릴 적,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냉삼겹살의 추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잘 익은 냉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기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이곳은 밑반찬이 맛있기로 유명한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잘 익은 김치를 냉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적당히 익은 김치의 아삭함과 매콤함이 냉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입으로 들어갔다. 쌈 채소에 냉삼겹살, 구운 김치, 마늘, 쌈장을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양념이 과하지 않아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는 후기처럼, 정말 쉴 새 없이 먹었던 것 같다.

냉삼겹살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뜨끈한 국물이 당겼다. 메뉴판을 보니 육개장이 눈에 띄었다. 칼칼한 육개장 국물에 밥 한 공기 말아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잠시 후, 육개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육개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고기도 듬뿍 들어 있어 씹는 맛도 좋았다.

공기밥을 추가하면 된장찌개가 무료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된장찌개는 집에서 끓인 듯한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두부, 애호박 등 재료도 듬뿍 들어 있어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저렴했다. 냉삼겹살 2인분, 육개장, 공기밥 2개를 시켰는데도 3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었다. 가성비 최고의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흥식당은 맛도 맛이지만, 친절한 이모님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반찬이 떨어지면 알아서 채워주시고, 아이와 함께 온 손님에게는 야구르트를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을 지켜온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식당을 나서며, 왜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변함없는 맛, 푸짐한 양, 저렴한 가격, 그리고 따뜻한 정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화성행궁에 간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특히, 싱싱한 대구로 끓였다는 대구탕의 시원한 맛이 궁금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따뜻해졌다. 동흥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수원의 정과 추억을 맛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잊지 못할 화성행궁 맛집 탐방이었다.





